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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녀교육/아이와 함께

우리 아이가 시크해졌어요!

by 로지^^ 2022. 11. 15.

(먼저 용어에 대한 오해가 있을 듯하여 잠깐 짚어보고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시크하다'는 말은 본래 '세련되고 멋지다'란 뜻인데 일상적으로는 '차갑다, 도도하다, 무심하다, 까칠하다, 시니컬하다'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우리 아이도 아빠, 엄마만 보면 달려와 안기던 유년기 시절이 있었다?

 

어느 부모에게나 자신의 아이가 그저 마냥 예쁘기만 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부모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마 대략 5세 전후 아이들은 정말 그냥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엽고 깜찍하고 하는 짓마다 다 예뻐 보이죠.

 

호기심에 자신이 관심 있는 흥밋거리에 흠뻑 빠져있다가도 엄마가 부르면 반갑게 달려와 안기고, 혼자 재밌게 놀고 있을 때라도 아빠가 무엇인가 말을 하면 "니~예(네~)" 하면서 앙증맞게 대답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아이는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스럽고 편안한 안식처이며, 부모에게 있어 아이는 이 세상에서 너무도 사랑스럽다 못해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형언할 수 없는 소중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비록 자신의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 될 정도로 다 성장했다 하더라도 많은 부모들은 바로 저 시기의 아이 모습을 여전히 떠올리며 애달프게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다 컸다고 애정어린 말 한마디에도 냉담하게 반응하거나 이제는 엄마, 아빠를 봐도 인사도 제대로 하지도 않고, 마냥 시큰둥해하는 아이를 보면서 '아! 얘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이래서 이제는 더 이상 슬하의 자식(부모의 무릎 근처에서 옹기종기 노는 어린아이를 의미)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예전에는 부르면 언제나 반갑게 다가오고 대답도 방긋방긋 밝게 잘 하던 아이였는데..'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 시절의 좋은 기억들이 함께 떠올라 사뭇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논논비요리의-아이-달래는-장면
귀여운,유년기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까칠해요!  ㅜㅜ;

 

아이들은 정말 금방 성장합니다.

마냥 그저 어린 아이 같기만 애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어느새인가 사춘기에 접어들고, 대학 진학을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는 시기가 닥쳐옴과 함께 갑자기 불현듯 성인이 되어 등장하는 느낌입니다. 

 

초등학교 시기만 해도 6년이고 아직 어린이이다 보니 그런대로 시간이 좀 더디게 흐르다는 느낌이 있는 데다 이 시기까지는 설령 엄마, 아빠 말을 안 듣기 시작하더라도 부모를 모른 척하지 않으며, 반응에 대한 리액션도 여전한 편입니다. 

그렇지만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가운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아! 세상 사는 게 만만치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현실적으로 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개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서서히 사춘기가 다가오고, 대때로 왠지 모를 우울감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부모에 대한 반응도 차갑고 냉담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또한 이 시기의 자녀들은 자신을 부모에 속하여 의지하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그러나 아직은 불완전한 자신을 모순적인 개체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이제 '공부'라는 가정과 하교에서 느끼는 현실적 압박감과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강하게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심리적 부담감을 해소하는 대상의 제1 순위가 바로 부모가 되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럴 때 자녀들의 반응을 보며 '아! 옛날의 얘가 아니네'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비유해서 제가 제목에는 시크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까칠하고 냉소적인 측면이 강해서 '시니컬하다'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다 간결한 표현을 위해 그렇게 정했습니다)

 

얼마 전 이러한 상황을 묘사한 듯한 어느 TV 광고가 꽤 인상적입니다.

유년 시기에 "아빠! 아빠야? 아빠~"하면서 반갑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이를 회상하던 한 아빠가 조수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는 중학생 정도 된 현재의 바로 그 딸내미를 지긋이 쳐다보자,,

이런 시선을 느꼈는지 곁눈질로 아빠를 흘낏 쳐다본 딸래미의 시크하고도 냉담한 반응은 그저 "뭐?"라는 짤막한 반문 한 마디도 귀찮게 내뱉었다는 식의 리액션뿐..

이를 본 아빠의 독백은 바로 "와.. 얘 언제 이렇게 컸지?" 였습니다.

다소 유머스러운 장면으로 묘사된 부분이 있었지만, 어쨌든 비슷한 시기의 부모들이라면 아마도 백 프로 공감할 만한 장면이었습니다.

 

♡자존과 독립의 여정, 그 애정과 애증이 교차하는 질풍노도의 시간이 지나가면.. 

 

사춘기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아직은 성인이 채 되지 않은 이러한 시기의 자녀들은 학업과 또래문화와 연관된 대인관계 문제 때문에 성인 못지않은 강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태입니다.

또한 자신의 주체에 대한 자존감과 독립적 사고가 폭증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이러한 심리 상태가 복잡하게 얽혀 나오는 반응은 안타깝게도 부모에 대한 반항입니다.

일단 부모를 넘어서야 느껴지는 일말의 자존감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자녀와의 소통은 힘들어지고, 부모 자식 간의 다툼도 빈번해지면서 부모 역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바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애정과 애증이 교차하는 시기인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이 쉽게 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바로 자녀의 부정적인 리액션에 대해 화를 내거나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왜 이렇게 못되게 변했느냐?"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미 날카롭게 예민해진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변한 것이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어차피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꼰대의 라떼 스토리 마냥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있기 때문에 대화 불능, 소통 장애의 상태가 되기 쉬우며, 이러한 갈등이 심해지면 자녀교육 문제를 두고 부부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어 자칫 가정 불화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부모는 우선 자녀를 믿고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하며, 아이가 부모를 신뢰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신뢰감을 쌓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우선순위 없는 문제점 지적과 같은 지나친 간섭(?)을 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귀찮다고 무관심으로 자녀를 방관해서도 안 됩니다. (부모 노릇 참 쉽지 않아요 ㅜㅜ)

만약 아이가 너무 정도를 벗어나는 언행을 할 경우에는 일단 화를 내지 말고, 일단 감정을 가라앉히고 진정된 상태에서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부모가 자녀의 입장을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너무 못 되게 행동하면 아무리 부모라도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페페-화분에-담겨진-감사-메세지
감사메세지

 

하지만,,

이 시기에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쉽게 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전달하는 방식이 감정적이 아니라 진솔한 대화였다면 아이는 이 말을 분명히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고 비로소 철이 들기 시작할 때 아이는(이제는 이미 아이가 아닌 성인이 되어 있겠지만) 내색하진 않아도 이 시기 부모에게 막 대했던 태도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엄마, 아빠에 대한 사랑을 회복할 것입니다. 

 

물론..

유년기에 보여줬던 그런 귀엽고 예쁜 모습도 아니고, 더 이상 사춘기 시절의 시크한 모습도 아닌, 부모에 대한 연민과 애틋한 마음이 애달프게 자리하는 그런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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